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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16.01.08 써레 - 이병초
-써레-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병초

깨진 계란껍질 같은 손금을 쥐고도
나는 아직도 병신이 못 되었다.
올여름은 일 없이 이곳 과수원집에 와서
공짜로 복송도 얻어먹고
물외집이나 집어주고 지냈다.
아궁이 재를 퍼서 잿간에 갈 때마다
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잿간 구석에 처박힌
이빠진 써레에 눈길이 가곤했다.
듬성듬성 시연찮은 요 이빨들 가지고
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긴 골랐었나
뭉텅뭉텅 빠져나간 게 더 많지 않았겠나
이려 자라! 막써레질로 그래도 이골이 났었겠지
창틀에 뒤엉킨 박 넝쿨 따로따로 떼어
뒤틀린 서까래에 매어두고 나도
이빠진 한뎃잠이나 더 자야겠다.


P.S

작품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지만 난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즐기려 한다.

뭐 현대사회의 복잡한 기계적인 틀속에서 농촌에 대한 것을 동경하고 농촌을 지향하는 어쩌구 저쩌구~
여러가지 말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다 배제하고 단지 시를 보고 느끼는 감정에 대하여
생각해 봐야겠다.

뭐랄까 내가 이 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 어찌보면 시인에 대한 자기인식을 하는 과정에서 왠지 나 자신의 모습이
오버랩이 되었기 때문이다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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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빠진 써레에 눈길이 가며 자신의 이빠진 한뎃잠이나 자야겠다는 표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써레와 시인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하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써레가 자신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풍기기도 한다.

가끔은 우리들 모두 누구나가 한번쯤은 무엇이 되었든 나는 왜 이런 상황에 빠져버릴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.
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고 처음 이 작품을 선택할때 작품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 나는 이 시에서 시인이 그런것을 고민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

시를 보고 느낀 나의 단상이다..
Posted by 전방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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